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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고문, 오를것 같은데 매일 1~3%씩만 떨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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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그제도, 그리고 그 전날도. 화면 속 숫자는 참으로 끈질기게도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청초한 파란색빛을 띠며 아래로, 아래로. 마치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그래프를 보며 나는 매일 자문했다. ‘이게 정말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 걸까?’

처음엔 다들 나를 부러워했다. 주식? 그거 잘만 하면 돈방석이지. 남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할 때, 난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노트북만 열면 되는 삶.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자유와 여유를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커피잔을 내려놓는 손마저 떨리고 있다. 더 이상 자유도, 여유도 없다. 오직 끝없는 추락만이 내 눈앞에 펼쳐질 뿐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애널리스트들의 전망? 아니면 그 끝없는 욕심? 그래, 처음엔 그랬다. “1% 정도는 별거 아니야.” 하루 1%씩 떨어지는 게 뭐 그리 대수인가 싶었다. 그러다 1%가 두 번, 세 번, 일주일, 한 달… 그리고 이제는 내 계좌의 색깔이 나를 비웃는다. 숫자들이 날 조롱하는 듯하다. “너는 생각보다 별거 아니야.”

욕이 절로 나온다. x같은 시장. x같은 세상. 하지만 이렇게 말한다고 무언가 바뀌는가? 아니다. 바뀌지 않는다. 스스로의 선택을 탓해봤자 지나간 손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멍하니, 고꾸라지는 그래프를 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이젠 그래프의 하락세를 보는 게 일상이 되었다. 무덤덤해지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하지만 그 무덤덤함 뒤에는 어쩔 수 없는 무력감이 숨어 있다. 그래, 나는 무기력하다. 화면 속 숫자에 휘둘리며, 하루하루 잃어가는 나 자신을 본다. 그리고 내 마음속 어디에선가 작은 목소리가 속삭인다. “그만해도 돼.”

하지만 나는 또 다시 노트북을 켠다. “이번엔 다를 거야.”라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그게 허무한 위안임을 알면서도, 나는 이 악물고 손을 뻗는다. 떨어지는 칼날을 움켜쥐며 피가 나건 말건, 나는 놓을 수 없다. 아마 내가 이걸 놓는 순간, 그건 패배를 의미하니까. 그리고 난 패배자가 되고 싶지 않다. 비록 매일 1%씩 무너지는 삶이라도, 적어도 나는 버티고 있다. 이게 내 유일한 위안이다.

허무하다. 이토록 애쓰며 붙잡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차라리 다 놓아버리고 새롭게 시작할 용기가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그조차 하지 못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래프를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게 결국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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